사회

그러나 인간의 영혼은 가장 어두운 밤에도 빛을 향해 뿌리를 내리는 법이다. 미래가 까마득할수록 나는 밤의 정적을 뚫고 야간대학의 문을 두드렸다. 피로에 지친 눈꺼풀을 억지로 올려세우며 책장을 넘기던 그 시간은 절망이라는 거대한 벽에 내가 던진 자그마한 고백이자 저항이었다.
하지만 인생이란 고개를 하나 넘으면 또 다른 거친 바다가 기다리고 있는 고해(苦海)와 같다. 대학을 졸업하고 가슴에 품었던 작은 희망은 IMF라는 거대한 시대의 광풍 앞에 무참히 산산이 조각났다. 연이어 찾아온 직장의 상실,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 시작했던 피시방 경영. 정신과 육체가 짓이겨지는 환멸과 통증의 나날이 계속되었다. 나를 지탱해 준 것은 오직 하나, 아무런 조건 없이 나를 믿어준 가족의 따스한 눈빛과 온기였다. 세상이 나를 버릴 때도 나를 품어준 그 사랑이 있었기에 나는 벼랑 끝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낯선 땅, 몽골 울란바토르의 매서운 바람 속에서도 내 삶의 투쟁은 이어졌다. 사랑하는 가족과 멀리 떨어져 홀로 사업을 끌어가던 밤마다 타국의 차가운 별빛을 바라보며 쓸쓸함을 삼켰다.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 현실 앞에서 사업을 접어야 했을 때, 나는 비로소 내 안의 욕망을 내려놓는 법을 배웠다. 내려놓음은 포기가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을 위한 비움이었다.
청심국제병원 총무과장 근무하며 비로소 가정의 평온을 찾고, 정년퇴직 후 유엔 자문기관에서의 그리고 지금 구리시청에 이르기까지 내 발자취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 세상에 쉬운 삶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인생은 끊임없는 시행착오라는 돌에 나 자신을 깎고 다듬어 가는 거룩한 성장의 과정이다. 상처가 깊을수록 눈물은 진해지고, 그 눈물이 지나간 자리에 비로소 성숙이라는 꽃이 피어난다.
시련 없는 왕관은 없다. 오늘 내 이마에 그어진 깊은 주름과 손마디의 굳은살은, 파란만장했던 내 삶이 나에게 수여한 가장 빛나는 훈장이자 단 하나뿐인 왕관이다. 나는 오늘도 나에게 주어진 생을 겸허히, 그러나 당당하게 껴안는다.
NWS방송 seungmok0202

2026.09.09 (수) 13: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