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보수 정권 시절 국정원이 문화·연예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것 등에 대해 이명박 전(前) 대통령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정권교체 뒤 정부·여당이 각종 적폐청산을 추진하는 가운데 “꼬리 자르기는 안 된다”며 보수정권의 수장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명박 정권 당시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은 이에 대해 “죽은 권력에 대한 보복을 즉각 중단하라”며 강력 반발했다.
◇박원순 “박원순 제압 문건, MB 고소·고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대응에는 민주당이 아닌 박원순 서울시장이 나섰다.
박 시장은 19일 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박원순 제압 문건’ 작성과 관련해 서울시와 서울시민, 그리고 저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고소·고발한다”고 밝혔다.박 시장은 “이것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일”이라며 “권력을 남용해 민주주의 근간을 해치는 적폐는 청산 돼야한다”고 고소·고발 취지를 설명했다.그러면서 “기나긴 투쟁으로 만들어진 민주정부 수립이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허사로 돌아갔다”라며 “권력의 모든 권한과 책임은 법과 제도에 따라 민주주의에 근거 해야한다”고 강조했다.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통해 책임을 묻고 이 세상에 변화를 줘야한다”라며 “인권을 지키는데 평생 몸과 마음을 바쳤듯이 민주당 적폐청산특별위와 함께 국가기관의 권한 남용을 청산하고 시민의 삶과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일을 하겠다”고 다짐했다.박 시장은 적폐청산위 회의 뒤에도 기자들과 만나 “국정원TF의 보고서라든지 그 외 여러 문건에서 드러난 것처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책임으로만 돌리는 것을 꼬리 자리기”라며 “대통령이 직접 보고받았다는 여러 문건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이명박 전 대통령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박 시장은 이후 서울시청에서 같은 취지의 기자회견을 개최한 뒤, 법률 대리인을 통해 명예훼손과 국정원법 위반·집권 남용 등 혐의로 이 전 대통령 등 10여명에 대한 고소·고발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접수했다.
◇한국당 “보수 정권 궤멸 시킬 심산” 강력 반발
민주당 적폐청산위도 박 시장에게 힘을 보태면서 측면 지원에 나섰다.
박범계 적폐청산위원장은 “박원순 시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처벌 의지를 굳건히 밝힘으로써, 오늘 진실을 밝히는 거대한 첫걸음이 시작됐다”며 “민주당 적폐청산위도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데에 의견일치를 봤다”고 전했다.
민주당 적폐청산위는 이와 관련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철저한 수사 필요성 △이명박 정권 당시 국정원 댓글 사건과 블랙리스트 작성 등을 은폐한 인사들에 대한 수사 필요성 △문화·연예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대한 철저한 수사 촉구 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한국당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강효상 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검찰은 살아 있는 권력부터 조사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민주당의 언론장악 음모가 문건을 통해 사실로 드러나는 등 정부여당 권력의 살아있는 적폐들이 암중비약(暗中飛躍)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고 반격을 가했다.
강 대변인은 “재판과정에서 혐의가 드러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수사범위를 확대할 수 있음에도, 느닷없이 박 시장을 앞세워 前前 정부의 핵심인사들을 겨냥하고 있는 여당의 치졸함에 국민들은 경악하고 있다”라며 “이젠 ‘전 정부 손보기’를 넘어 우파 세력을 궤멸이라도 시킬 심산인가”라고 반문했다.이어 “민주당과 박 시장이 그 사이 정권이 두 번이나 바뀐 죽은 권력을 보복하는 데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정말 후안무치한 행태”라며 “박 시장도 전전(前前) 정부를 향한 민주당의 근거 없는 전방위적 압박에 홍위병으로 나설 것이 아니라 산적해있는 서울시 현안부터 챙기고 서울시민의 민생을 살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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